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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자 아시안컵] 대회 리뷰 (1) :: 조별리그 마무리를 앞둔 이 시점, 우승후보들의 흐름과 기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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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개최된 2022 여자 아시안컵이 6일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전면취소된 인도 및 그 상대팀을 제외하고 각 조 팀들이 2경기씩을 치룬 가운데,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보아 8강 진출국은 대부분 정해진듯한 분위기다. 각 조의 강호로 평가 받았던 팀들이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이러한 양상 속에서 대략적인 8강 일정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월드컵 진출권 티켓이 걸려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대회로 평가 받고 있는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지금까지 어떤 경기력을 보여왔을까? 또, 우승후보로 평가 받는 일본과 호주, 그리고 강호 중국은 어떤 경기력을 보여왔을까? 사상 첫 대회 우승과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우리나라로써는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경쟁국들의 분위기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현재까지 진행된 여자 아시안컵의 전반적인 흐름을, 각 조별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Photo : CGTN

ㅣA조 중국 - 압도적인 경기력, 하지만 강팀을 상대로한 검증은 아직.

-조별리그 2전 전승 / 11득점 0실점 / 팀 평가 : B+

-플레이스타일 : 지배형 / 다소 느린 템포 / 측면 위주 공격 / 강한 압박

-주요선수 : 왕샨샨(센터포워드), 왕슈앙(공격형 미드필더), 장신(왼쪽 윙 포워드), 가오첸(중앙 미드필더), 루자후이(오른쪽 사이드백)

 

 A조에 포함된 국가들중 단연 최강으로 평가 받는 팀이 바로 중국이다. 과거 세계적으로도 강호로 평가 받던 시절과는 큰 차이가 있고, 지난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한국전과 도쿄 올림픽에서의 경기력만 보아도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권에서 우승 트로피를 노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 슈이칭샤 감독의 지휘 아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긍정요소. 또, 아시안컵 역대 최다 우승팀으로서의 경험과 '우승 DNA'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 바로 중국이기도 하다.

 

 지난 두 번의 경기를 되돌아보자면 그야말로 파죽지세. 대만과 이란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방적인 경기양상이 이어졌다. 4-0과 7-0이라는 스코어 차이 뿐만 아니라, 상대가 중국에게 그 어떤 위협적인 공격도 시도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국의 강력함을 설명한다. 특히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81:19 라는 점유율 차이를 보여주며 그 실력차를 증명했다.

 

 

@ 현 중국 최고의 에이스로 평가 받는 왕슈앙 / Photo : Le Parisien

 

 이러한 중국의 파죽지세를 이끄는 선수들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이자 중국 공격진의 핵심선수인 왕슈앙이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2선과 1선을 오가며 팀의 공격에서 키플레이어 역할을 맡는다. 노련미 있는 플레이로 다른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공급한다. 중국 최고의 에이스로 평가 받는 왕샨샨은 센터 포워드로서 모든 방면에서 우수함을 자랑한다. 탁월한 골감각은 물론, 피지컬과 테크닉, 2선과의 연계가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조별리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대표팀 120경기 48득점을 올린 레전드 리 잉의 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강인한 신체와 스피드를 겸비한 우측 윙어 샤오유이, 왼쪽의 장신은 끊임없는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는 양쪽 측면 수비수 야오웨이, 루자후이와 연계하여 공격을 전개한다. 수시로 침투하는 플레이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에도 능하다. 특히 오른쪽 측면 공격을 담당하는 루자후이와 샤오유이의 순간스피드는 매우 위력적이다. 

 

 중원의 가오첸-양리나 듀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어찌보면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될 공산이 큰 선수들이다. 빌드업시 두 선수가 함께 3선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고, 때로는 측면에서 침투해들어가며 윙어 또는 오버래핑한 사이드백과 연계하여 상대 측면수비를 공략하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선수들인 만큼, 토너먼트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듀오. 2경기 연속 합을 맞춘 센터백진 왕샤오쉐, 리자유에의 모습도 체크해둘 필요가 있다.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 선수들과 경쟁중인 탕지아리 역시 토너먼트에서 얼굴을 내비칠 가능성이 있다. 나이는 있지만 이미 수 차례 중국 대표팀의 핵심으로 활약해온 정신적 지주 마준, 장 루이 또한 슈이칭샤 감독의 고려대상.

 

 그러나 섣불리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대만과 이란이라는 약체를 상대로 맞이했을 뿐, 강팀을 상대로는 현 멤버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아시아의 강호로 평가 받는 한국에게 경기내내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본선에서는 브라질 상대 5-0, 네덜란드 상대 8-2라는 치욕적인 스코어를 경험했음은 물론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잠비아에게 4-4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조 최하위를 기록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과연 강팀 상대로 노쇠화한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본기, 볼 터치나 패스 수준이 호주나 일본과 같은 우승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에, 피지컬이라는 강점을 가진 호주. 탁월한 기본기와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일본. 이 두 팀을 상대로 자신들만의 강점을 여유있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재까지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과연 세계구급 강호들을 상대로도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

 

 

 

 

@Photo : SportsMint Media

ㅣB조 호주 - 우승후보 0순위, 누가 그들을 막을 것인가.

-조별리그 2전 전승 / 22득점 0실점 / 팀 평가 : A+

-플레이스타일 : 지배형 / 빠른 템포 / 측면 위주 공격 / 매우 강한 압박

-주요선수 : 샘 커(센터 포워드), 카이아 사이먼(오른쪽 윙 포워드), 매리 파울러(중앙 미드필더), 엘리에 카펜터(오른쪽 사이드백)

 

 B조 최강자이자 이번 아시안컵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 받은 호주다.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성적을 두고 보면, 호주가 현 아시아 여자축구 최강자라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조별리그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더니, 8강에서 영국을 4-3으로 격파하며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비록 4강과 3,4위전 패퇴하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회 최강팀 스웨덴에게 1-0, 미국에 3-4으로 석패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런 호주이기에,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 받은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 두 번의 경기는 그야말로 압도적. 특히 1경기 인도네시아전의 경우 비록 상대가 매우 약체였다고는 하지만 자비 없는 경기력으로 18-0 스코어를 기록. 그야말로 상대를 뭉개버리기에 이르렀다. 2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도 몇몇 로테이션 자원을 투입하는 여유를 부리면서도 편안하게 4-0으로 승리. 일찌감치 조 1위 8강 진출을 확정시킨채 다음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여자축구 사상 최고의 공격수중 한 명인 샘 커 / Photo : GQ Audtralia

 

 이 최강자 호주를 이끄는 공격진의 에이스가 바로 여자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샘 커(서맨사 커). 호주의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과 2차례의 준우승을 이끈 바 있는 그녀는 첼시에서 지소연과 함께 팀의 황금기를 이끈 에이스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강인한 신체와 위치선정, 마무리 능력으로 공격수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을 갖춘 만능 포워드. 이견이 없는 호주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아시아 최고의 선수이다. 그런 그녀를 지원하는 두 윙 포워드가 케이틀린 풀드(아스날)와 카이아 사이먼(토트넘).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는 강력한 피지컬을 갖추었으며 정확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지녀 측면에서 개인 기량만으로 상대수비를 공략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중원 선수들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좌측 중앙 미드필더로 각각 A매치 100경기를 뛴 에밀리 반 에그먼드와 타메카 얄로프를 교대로 사용하는 사치를 부릴 정도로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공수 밸런스를 잡으며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공격을 지원하는 이 두명의 존재는 호주에게 있어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우측 중앙 미드필더로서 지난 2경기 연속 출전한 매리 파울러도 요주의 인물이다. 특히 공격면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치는 파울러는 침투해 들어가는 플레이나 침투하는 공격수, 혹은 오버래핑하는 측면 선수에게 내주는 패스의 퀄리티와 공격센스가 강점으로, 이번 대회 주전으로 출전중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클레어 휠러 역시 이번 대회 새로이 등장한 호주의 재능으로 평가된다. A매치 출전수는 적지만 후방에서 빌드업의 알파이자 오메가 역할을 하는 선수이며, 공수밸런스를 적절히 잡아주는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진에서는 엄청난 공격력과 스피드로 강한 인상을 남긴 오른쪽 사이드백 엘리에 카펜터가 돋보인다. 이번 대회 주축으로 나서고 있는 왼쪽 사이드백 스테파니 캐틀리, 클레어 폴킹혼, 알라나 케네디 또한 탄탄한 수비로 호주의 공격진을 뒷받침한다.

 

 이런 호주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역습에 대한 불안. 평소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경기를 운영하고, 또 공을 빼앗기더라도 강도 높은 압박과 피지컬을 활용한 경합으로 재빨리 공을 되찾아오는 호주지만, 인도네시아전에서도 초반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노출하여 위기를 맞이했던 것처럼 후방에 대한 약점은 남아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 플레이와 민첩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일본 선수들의 플레이가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대비할 호주 수비진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호주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강팀을 상대로도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여지는 있다. 다만,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례로 볼 때 중국과는 달리 강호로 평가 받는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도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큰 호주 대표팀이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완성도 있는 팀플레이,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빠른 템포의 다이렉트 플레이와 높은 강도의 전방압박은 이미 아시아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일본 이외에는 호주를 저지할 팀은 없다. 그 일본조차도 열세로 점처질 정도다.

 

 

 

@Photo : The Japan Times

ㅣC조 일본 - 여전한 강력함, 우승을 노리기엔 2% 아쉬운 마무리.

-조별리그 2전 전승 / 8득점 0실점 / 팀 평가 : A

-플레이스타일 : 지배형 / 빠른 템포 / 측면 위주 공격 / 매우 강한 압박

-주요선수 : 이와부치 마나(스트라이커), 다나카 미나(스트라이커), 스가사와 유이카(스트라이커), 하세가와 유이(우측면 미드필더), 쿠마가이 사키(센터백), 야마시타 아야카(골키퍼)

 

 아시아 여자축구 최강의 팀이자 자존심으로 평가 받았던 일본. 그러나 도쿄 올림픽에서의 성적은 그간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아쉬운 결과를 남기는데 그쳤다. 월드컵 우승의 주역,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은퇴한 현재 일본은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감독 역시 바뀐 가운데, 신구조화를 컨셉으로 나이가 있지만 베테랑인 선수들과 경험은 적지만 젊고 신체능력이 뛰어난 신입생들을 이번 대회에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지난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무려 8명의 선수를 교체하여 그 방향성을 보여주었다. 이미 일전에 2연패를 달성한 바 있고, 수준 높은 자국리그와 여타 A급 해외파들을 보유한 일본인 만큼, 그러한 세대교체를 동반하면서도 이번 아시안컵 우승후보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조별리그 경기는 1차전 미얀마와 2차전 베트남을 각각 5-0, 3-0으로 대파하며 순항중. 똑같이 2연승을 거두었지만 1차전 3-0, 2차전 2-0으로 득실에서 3점차로 밀린 대한민국을 따돌리고 1위 자리에 올라있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보면 늘 그랬듯 안정적으로, 또 압도적으로 상대를 유린하는 모습이었다. 일본 특유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압박, 패스 플레이에 상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와부치 마나는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의 공격수다 / Photo : The Japan Times

 

 일본의 주요 선수들은 그간의 경기와 대표팀 경력으로 미루어 볼 때 몇몇 선수들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을 큰 폭으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무엇이 확고한 베스트 전력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어느 한 선수가 독보적으로 특출나거나 개성이 뛰어난 것이 아닌, 개개인이 부품으로 작동하여 일본이라고 하는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이 일본의 특징이기 때문에 호주나 중국과는 다소 상이한 측면이 있다. 

 

 물론 상술한 바와 같이 '주요 선수들'의 이름을 몇 가지 떠올릴 수는 있다. 일본 여자축구 사상 최고의 수비수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월드클래스' 쿠마가이 사키(바이에른 뮌헨). 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한 베테랑이자, 일본 여자축구의 황금기에 있어 혁혁한 공을 세운 레전드다. 이번 대회에서도 2경기 연속 선발출전하며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A매치 83경기 37득점의 베테랑 이와부치 마나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경기에서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한국전 출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공격의 방점을 찍어줄 수 있는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

 

 공격에서 특히 돋보이는 인물은 역시 하세가와 유이(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측면 공격자원으로서 빠른 스피드, 정확하면서도 날카로움을 겸비한 크로스 능력으로 일본 대표팀의 측면 공격작업에 있어 핵심 선수로 활약한다. 꽤 고전했던 미얀마와의 경기 초반에서도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하세가와였다. 그와 함께 일본의 막강한 공격을 이끄는 선수들이 다나카 미나(INAC 고베), 그리고 스가사와 유이카(우라와 레즈)인데, 특유의 민첩성을 살린 역동적인 공격으로 상대 수비진을 수월하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골키퍼 야마시타 아야카 역시 A매치 44경기의 베테랑 다운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로, 놀라운 선방능력은 물론 빌드업 상황에서 3백 위치까지 전진하거나 롱패스로 순간적인 득점찬스를 만드는 등 발기술에 강점이 있어, 상대하는 공격수나 수비수에게는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

 

 전체적인 팀 스타일은 앞서 설명한 내용을 포함해 1. 기계적인 움직임 / 2. 개개인의 부품과도 같은 역할수행 / 3. 모든 선수에게 탑재된 민첩함과 스피드, 그리고 판단력 / 4. 훌륭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패스플레이 / 5. 매우 높은 강도의 전방압박 / 6. 적극적인 측면공략. 이 6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수들의 기본기(즉, 볼 컨트롤과 패스)가 매우 훌륭하고 스피드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보자면, 뒷공간 노출이라는 약점을 지닌 호주를 고전케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호주를 포함해 세계구급 강자들을 상대하기에는 크나큰 약점이 일본에게 존재한다. 바로 최전방 공격수의 마무리. 여자축구의 대표적인 특징중 하나로, 볼 컨트롤이 미숙하여 문전 앞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굉장히 잦다는 점이 있다. 일본 대표팀 역시 뛰어난 기본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특징을 드러내곤 한다. 슈팅파워가 서구 선수들에 비해 약하다는 점이 골 결정력에서의 미숙함을 낳는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얀마전, 베트남전 모두 이러한 '득점력의 부재'로 경기를 지배해놓고도 다소 답답한 경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본이다.

 

 높은 강도와 수준을 자랑하는 전방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이후 훌륭한 팀워크로 공을 운반하는 플레이 자체는 호주에 뒤지지 않으나, 득점을 완성시키는 부분에서 호주에 밀린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샘 커라는 초대형 센터 포워드를 보유한 호주이기에, 이 점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만약 일본이 아시안컵 3연패를 위해 호주를 넘어서고자 한다면, 또 과거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 여자축구의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면 현 일본 공격진의 분전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Photo : 오마이뉴스

ㅣC조 대한민국 - 한층 더 성장한 대표팀.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조별리그 2전 전승 / 5득점 0실점 / 팀 평가 : B

-플레이스타일 : 지배형 / 일반적인 템포 / 중앙 위주 공격 / 강한 압박

-주요선수 : 최유리(오른쪽 윙 포워드), 이금민(공격형 미드필더), 지소연(중앙 미드필더), 조소현(중앙 미드필더), 장슬기(오른쪽 사이드백)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과 더불어 월드컵 진출 티켓을 노리는 대한민국. 만약 이전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목표치로 잡는다면, 이는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아시아 TOP4 팀중 하나이기도 하고, 진출권 티켓 자체가 아시아에 꽤 많이 부여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축구강국을 상대한다고 가정할 때, 지금의 대표팀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부족함이 커 보인다. 그간의 경기에서 콜린 벨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착실히 성장시켜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해준 장면이 자주 나왔지만, 결국 대한민국이 목표로 하는 것은 그보다 '더 위'임을 생각해본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난 2경기에서 가장 크게 느껴졌던 약점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골 결정력. 경기를 주도했고, 또 많은 기회를 만든 대한민국이었지만 어처구니 없는 볼 컨트롤 실수, 판단착오 등으로 쉽사리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비교적 적은 기회만을 얻게되므로 이 같은 마무리 능력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지금과 같은 부족한 득점력은 한국 대표팀이 지닌 한계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줄 뿐이다. 지난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고 겨룬 중국과의 최종전, 경기를 주도하며 유리하게 이끌어나갔던 한국은 너무나도 아쉬운 기회를 놓치면서 중국에게 올림픽행을 양보해야만 했다. 이 부분의 개선이 없다면, 세계무대에서 동등한 수준으로 상대와 겨루는 한국 대표팀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층 더 성장했다'라는 평가에서 알 수 있듯이, 콜린 벨 감독 부임 이후 개선된 긍정적인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를 테면 선수들의 움직임과 조직력이 대표적이다. 선수들의 분업이 잘 이루어져 있고, 지소연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빌드업은 마치 최근 급성장한 벤투호의 패스웍을 보는듯한 느낌도 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지소연 / Photo : 스포츠니어스

 

 이러한 콜린 벨 체제 하의 에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선수가 바로 지소연(첼시).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축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서, 벌써 125경기째 A매치에 출전하며 한국 대표팀을 지탱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핵심선수로 활약중인데, 중원에서 후방빌드업을 안정적으로 진행시켜줄 뿐만 아니라 공격 상황에서 날카로운 공간패스 혹은 중거리슈팅을 날리면서 그야말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어느덧 30세를 맞이한 지소연이기에 저하된 신체능력과 줄어든 활동량은 다소 아쉽지만, 한편으로 플레이의 여유로움과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듯한 시야를 갖춘 모습도 있어 여전히 그녀에게 기대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중인 선수로 최유리(인천 현대제철)를 빼놓을 수 없다. 독보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테크닉으로 상대 측면수비를 붕괴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며, 이는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개인기량만으로도 공격의 활로를 열 수 있는 선수이기에, 호주나 일본과 같은 강팀을 상대할 때 키플레이어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잉글랜드의 브라이튼에 진출해 있는 이금민과 토트넘 소속의 조소현 역시 한국 대표팀의 핵심이다. 과거의 기대치에 비해서는 살짝 아쉽지만 여전히 한국 대표팀에서 핵심 자원으로 활약중인 이금민은 공격상황에서 답답함을 뚫어줄 수 있는 과감한 돌파와 테크닉을 보유한 선수다. 적재적소에서 팀을 지원하는 위치선정 능력도 훌륭하다. 현 대표팀 A매치 최다출장자인 베테랑 조소현은 최대강점인 왕성한 활동량을 통해 중원장악에 공헌하며, 특히 수비적인 면에서 팀의 에이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다. 활동폭이 줄어든 지소연이 온전히 경기운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자'로서의 역할도 매우 충실히 수행한다. 공수양면에서 팀을 지원하는, 그야말로 중원의 마당쇠. 

 

 대한민국 U-17 여자 대표팀의 U-17 월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며 한때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희망으로 평가 받았던 여민지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로 중앙에 위치하여 페널티 박스 앞 연계나 돌파, 패스공급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대표팀 시절의 공격센스를 살려 한국 대표팀의 공격력을 한층 더 강화시키고 있다.

 

 수비진의 경우 영원한 수문장 김정미 골키퍼, 조별리그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오른쪽 사이드백 추효주(수원 FC), 주전 센터백 듀오 임선주(인천 현대제철)와 이영주(마드리드 CFF). 이 모두가 든든하게 한국 대표팀의 수비를 지키는 핵심선수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선수는 왼쪽 사이드백의 장슬기(인천 현대제철)였다. 수시로 오버래핑하여 공격을 지원하면서도 때로는 중앙에 위치하여 팀의 중원장악과 지배적인 경기운영을 돕는 영리한 플레이로 한국 대표팀의 2연승에 공헌했다. 선수들의 체력부담이 심한 여자축구 특성상, 이렇게 영리한 플레이로 동료들을 한층 더 편하게 해주면서 효율적으로 경기운영을 가능케 하는 선수의 중요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초반부에 부정적인 내용만을 써놓기는 했지만, 위에서 선수들을 소개한 내용처럼 우리나라 역시 좋은 전력을 갖추고 있고, 조별리그 경기에서 향상된 조직력과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약체로 평가받는 다른 국가들과 아득히 먼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콜린 벨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의 도약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 Photo : 머니투데이

 

 하지만 그럼에도 우려가 되는 부분은 상술했듯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체를 상대로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강호로 평가 받는 한국 대표팀은 그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결국 호주나 일본처럼 세계무대에서 인정 받는 강자들을 상대로도 대등한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의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이것이 조금은 불안해보인다는 이야기다. 특히 센터 포워드로 출전중인 손화연과 타 공격수들의 마무리 능력이 큰 약점. 물론 손화연의 경우 스피드를 장점으로 하는 선수이기에 내려앉은 상대에게는 그 강점이 반감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마무리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지소연이 출전하지 않았던 미얀마전 전반을 포함해(이 경기 지소연은 결국 전반 중반에 교체투입되어 들어왔다) 공격 상황에서 지나치게 지소연에 의존하는 것 역시 주된 약점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이는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부족하다는 본질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은 선수들이고, 성장을 거듭해온 선수들이지만 이 선수들이 막강한 피지컬을 갖춘 서구 선수들이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기량을 지닌 일본 선수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특히 이따금 나오는 볼 컨트롤, 패스 실수에서 이를 체감할 수 있다. 결국 이 점에 주목하여 콜린 벨 감독도 선수들의 부족한 기량을 메꿀(동시에 한국 대표팀의 약점이기도 했던) 조직력, 움직임과 상황 판단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주력한 것인데, 불과 몇 년의 기간만으로 아예 국가차원에서 '조직력 강화'를 주 목표로 접근해 온 일본의 조직력이나 서구 강팀들의 전력을 따라잡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약체를 상대했던 지난 2경기에서도 전체적으로 지배했으나, 공격 상황에서 선수들이 정지해있거나 실수를 범하는 등 아쉬운 장면이 있었던 대한민국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강조하는 '더 높은 목표'를 기준으로 할 때, 향후 강팀들과의 일정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앞선다. 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팀을 강화할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불과 3년이라는 시간만이 주어진 지금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콜린 벨 감독이 세계구급 강팀을 상대로 통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고 팀의 조직력을 더욱 더 끌어올려, 월드컵 진출은 물론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과 더불어 세계무대에서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이중협/logan07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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